이곳 경주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김서리 졸업생(98학번)이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학부 때, 다른 공부도 잘 했지만 범어를 특히 잘 했는데, 인도 뿌네 대학에 유학 가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여 제출한 후 최종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태국의 불교대학에서 빠알리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국 불교에 대한 정보가 담긴 메일이기에 앞 부분을 복사하여 올립니다. --------------------------------------------------------------------------- 선생님,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지내셨는지요? 벌써 9월이니 한국에도 곧 가을이 오겠네요. 저는 여기 태국 방콕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6월 초에 왔으니까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태국에서 불교대학으로 유명한 Mahachula Buddhist University 에서 두 과목을 맡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사 1학년 과목으로는 ‘Language and Communication’ 을, 학사 2 학년 과목으로는 ‘Advanced Pali grammar (Karaka section)’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마하출라 대학에 3년 전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 프로그램이 생겨서 저는 영어로 외국인 스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학년은 29명이고, 2학년은 25명입니다. 그 중 딱 한 명의 미얀마 여학생을 제외하고는 전부 소승불교 전통의 스님(남자-비구스님)들입니다. 미얀마,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스님들이랍니다. 비록 초기불교 교리나 소승불교 전통을 배우긴 했었지만 실제로 그 전통을 따르고 있는 스님들을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얼마나 신기했는 지 모릅니다. 인도에서 테라바다 전통의 외국 스님들을 뵙긴 했지만 규율이 엄격한대다가 다들 각자의 목적이 있는 터라 가까이서 지켜보거나 길게 얘기 나누어 본 적이 없었어요. 지금 여기 대학에선 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참 많은 걸 알게 되고 배우고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나이어린 강사인데다가 외국인이라서 학생들이 편하게 대해주고 있습니다. 처음 두어 달 정도는 한국 부모님께 전화를 못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긴장되고 떨렸는 지 몰라요. 처음, 영어로, 그것도 빨리어를 어려서부터 배워온 테라바다 전통 스님 학생들 앞에서 가르친다는 것이 저를 얼마나 긴장하게 만들었는 지 몰라요. 그들 중 대부분의 방글라데시 학생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스리랑카에서 영어로 마쳤기 때문에 영어 실력도 뛰어난 데다가 빨리어도 곧잘 해서 그들이 질문을 하면 제가 겁먹기도 했답니다. 한번- 두번 수업을 하다 보니까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이해 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들의 질문이나 태도에 겁먹기 보다는 수업에 맞는 적절한 예문과 비유를 더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수업에 더 귀기울이고 지금은 다 친해져서 고마운 마음까지 다 들 정도랍니다. 처음에 제가 긴장을 하는 게 다 보였는지 그들이 그러더군요. ‘선생님, 긴장 푸시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라구요. 그들이 스님들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선생님의 입장에 있는 저를 더 배려해주고, 제가 편안하게 수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 것 같았어요. 딱 3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기고, 요령도 생겼습니다. 일주일 내내 수업을 준비하고 또 준비해도 뭔가 석연치 않았는데, 지금은 뭘 준비해야하고 뭘 더 강조해야하는 지 조금은 알아 짧은 시간내에 준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인도에선 밥을 해먹었지만 태국에선 한번도 요리한 적이 없어요. 그만큼 음식이 입에 맞고 또 신기하게도 이 곳 가정집에서도 (특히 방콕) 반찬을 대부분 사먹더라구요. 그래서 식당 음식도 마치 가정집밥 같아서 부담없이 먹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2달동안 4킬로그램이 쪘어요. 수업이 자리잡아 감에 따라 저도 운동을 다시 시작해서 건강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가르친다는 마음보다는 지식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는데, 사실상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님들은)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하거나 부모님이 안계셔서 출가를 한 경우입니다. 그래도 밝고 순수하게 잘 자라셔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출생을 탓하지 않더라구요. 한국 스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말한 이유에서 출가를 했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끝나면 환속을 하겠다는 것을 쉽게 말하고 그걸 부끄러이 여기지 않더라구요. 여기 스님들은 정오 12시 이후엔 먹지 않습니다. 마실 수는 있지만 먹지 않고, 또 한국스님들과 다른 점은 육고기나 해산물도 드신다는 겁니다. 음식의 종류에는 정해진 바가 없되, 시간대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 태국에서 특히나 엄격한 것은 스님들이 혹시라도 여자 문제로 들키게 되면 감옥살이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선 스님들과 (여기서 스님들이란 전부 남자 비구 스님들을 말해요. 소승불교에선 비구니가 없고 메이시-라고 있습니다. 여성의 권위가 부처님 시대와 같답니다) 여자 신도가 직접 물건을 손과 손으로 주고 받을 수 없어요. 책이든 어떤 천이든 뭔가 중간에 두고 주는 자가 물건을 그 위에 놓으면 받는 자가 물건을 집을 수 있어요. 처음에 아는 스님이 책을 주신다길래 받으러 갔다가 위에서 떨어뜨리시기를 몇번이나 하셔서 스님이지만 참 무례하시다고 생각했었어요. 거의 던지는 듯 했거든요.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답니다. 제가 직접 손으로 받으려니까 스님도 놀란 나머지 그렇게 하실 수 밖에 없으셨던 것 같아요. 스님들 옆에 앉아서도 안되며, 가사를 접촉하는 것도 안된답니다. 그만큼 규율이 엄격하고 ! 스님들은 그 규율을 따르고, 또 신자들은 그 규율을 지켜주려고 합니다. 스님인 경우엔 버스비나 음식도 다 무료랍니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전부 후진국가이지만, 이 곳에서 만난 눈 맑고 밝은 스님들의 모습은 그 나라의 수준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20대 초반인데도 영어도 곧 잘하고 말 할 때마다 빨리어 경전 중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불교 교리를 자신의 생각과 잘 연결지어서 발표하는 스님들을 보면 한편 부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그들은 이 태국의 삶이 천국과도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환속을 이야기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 이렇게 잘 자라왔는데, 왜 바깥 세상을 굳이 찾아 가려고 할까..하는 생각에서요. 물론 그들은 그들이 얼마나 성스럽고 좋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듯 합니다. 지금은 누군가의 후원으로 교육을 받고 있지만 환속을 하게 되면 그 후원이 끊기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한다는 것을 모르나 봅니다. 그 살길을 찾다보면 순수하던 그들이 변화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제 마음이 아팠나 봅니다. 선생님.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작은 일들도 제겐 큰 경험이었고,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한 달 후면 벌써 한 학기를 마무리 하게 됩니다.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게 있습니다. 외부 시험관에 의해 제 논문이 탈락되지 않는다면, 정확하진 않지만 내년 1월이나 2월 경에 논문 발표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학위를 받게 됩니다. 여기 마하 출라 불교 대학에선 다음 학기도 맡아달라고 합니다. 다음 학기는 11월부터 3월 중순까지 입니다. (16주) ..... |